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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사부족 국립대병원, 불법의료 일상이었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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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노사 TF 회의록 보니

간호사에 의사 아이디 주고 처방·시술 맡겨
응급상황 지시·처치까지 떠넘겨져
심장초음파 한 간호사 8명 고발돼

전국 국립대병원 PA 4년새 32%↑
“의대정원 확대없이 문제해결 의문”

부산대병원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부산대병원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혈관주사를 근육주사로 잘못 처방해 새로 처방해야 한다’고 담당의에게 요구하자 ‘지난번에도 말했는데 (처방전 발행용) 비밀번호 좀 적어 놓으라’며 대리처방을 지시했다.” “담당의가 퇴근 뒤 엑스레이나 환자 상처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핸드폰으로 전송해달라고 요구했다. 휴대폰 사진을 보고 구두로 상처 소독 등을 지시했다.” “환자 퇴원 시 각종 검사 결과지 발급을 위해 의사 고유 업무인 처방전 발급을 요구하자 한 전공의는 ‘해본 적도 없고 할 줄도 모른다’고 하더라.” 5일 <한겨레>가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부산대병원 준법의료정착 티에프티 회의록’(2019년 6월21일)의 일부다. 부산대병원은 간호사들이 처방 대행부터 수술 보조, 진단서 작성, 시술까지 수행하는 ‘피에이(PA·진료보조인력)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노사 합의로 티에프를 구성했다. 이 회의록엔 불법의료에 대한 노조의 실태조사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회의록을 보면, 간호사가 담당 의사의 접속 정보를 공유받아 의사 명의로 대리 처방하는 건 공공연한 일이었다. 처방용 컴퓨터 아래엔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붙어 있었다. 통증 완화용 마약제제를 투여하거나 전혈구검사, 수혈을 해야 하는 응급상황에서도 간호사가 대신 지시했다. 의사 업무로 규정된 심전도 검사, 수혈, 상처 소독 등의 의료행위도 간호사에게 떠넘겨졌다.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수술이나 전신마취 전에 의사가 직접 환자 동의서를 받도록 한 의료법 조항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정재범 부산대병원 노조지부장은 “의사 수가 부족해 간호사가 대리 처방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권에 심각하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 가령 심장이 빨리 뛰도록 하는 약을 5㎎ 넣어야 하는데 만약 간호사가 10㎎을 처방하면 심장에 굉장히 무리가 가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환자들이 원인을 입증하기 어려워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런 피에이 불법의료는 부산대병원만의 일이 아니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간호사들이 수술, 수술 보조, 대리 처방 등 다양한 불법의료행위를 지시받는 경우가 대부분의 종합병원에서 적발됐다. 피에이 불법의료는 2016년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현장에서 의사 부족이 심해진 뒤 빠르게 늘었다. 서 의원이 파악한 통계자료를 보면, 2016년 당시 전국 16개 국립대병원에서 770명이 근무했던 피에이는 올해(7월 말 기준) 250명(32%)이 더 늘어나 1020명에 이르렀다. 분당서울대병원이 118명으로 가장 많고, 경상대병원 창원분원(104명), 부산대병원 양산분원과 충남대병원 세종분원(각 81명) 등의 차례였다. 의사의 진료 공백을 대신하는 피에이들은 ‘법외 인력’으로 취급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순환기내과에서 근무하는 부산대병원 소속 간호사 8명은 의사 대신 심장 초음파 검사를 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동용 의원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공공의료 중추인 국립대병원에서도 피에이가 증가하고 불법의료행위가 만연해 있다”며 “결국 의대 정원 확대 없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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