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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피해자 배상금 압류한 채…법원 조정안 거부, 버티는 국정원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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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배상금 관련 판례 바뀌어
기지급받은 수억 토해내야 될 처지
법무부, 위원회 띄워 구제 나섰지만
국정원 실무진 “조정안 수용은 배임”
무리한 기소였던 ‘정연주’건 내세워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 <한겨레> 자료사진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이창복씨. <한겨레> 자료사진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이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가지급받은 국가배상금 수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위원회까지 띄우겠다고 나섰지만, 배상금 압류 당사자인 국가정보원은 법원이 내놓은 조정안도 거부하고 있다. 국정원 실무자들은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이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한 사례를 들며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화합과 치유를 위한 국가송무심의위원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행정예고를 했다.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되며 “국가의 소송이 상대방에게 부당한 피해 또는 헌법상 기본권 행사를 위축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된 국가 수행 소송의 지휘·승인 등에 대해 심의하고 그 결과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도록 돼 있다. 법무부의 위원회 설치 계획은 추미애 장관이 지난달 12일 국정감사에서 인혁당 피해자 구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2011년 대법원이 인혁당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금 과다 책정’을 이유로 지연손해금 발생 시점을 대폭 줄인 판례를 내놓으면서 이들은 미리 받은 배상금 원금과 이자를 되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추 장관은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이 상당한데 지연이자가 배상금보다 넘어가는 상황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법무부 내에 이 부분을 정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송의 당사자인 국정원은 대법원 판례를 따라 가지급된 배상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강제집행에 착수해 ‘부당이득금’이라는 이름으로 배상금을 되돌려받고 있다. 인혁당 피해자 중 1명인 이창복(82)씨는 자신의 집을 국정원이 경매로 넘기려 하자 청구이의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지난 6월 인혁당 사건의 의미를 고려해 이자(약 13억원)는 면제하고 배상금 원금 4억9천만원 중 2500만원을 먼저 내면 국정원이 경매를 취하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다. 추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는 절차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7월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에서 (배상액을 줄이는) 그런 확정판결을 했기 때문에 국정원으로선 어쩔 수 없었지만, (이창복씨 사건에서) 법원의 조정이 있다면 우리의 잘못으로 피해자들의 배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법적 검토를 해서 꼭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전향적인 조처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의 완강한 태도는 여전하고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 선고는 오는 19일로 임박해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쪽 설명을 종합하면, 국정원 실무진은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국가가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저버려 배임이 성립할 수 있다”며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의 배임 기소 사례를 주된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2005년 정 전 사장은 한국방송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였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은 ‘조정안 수용으로 세금을 적게 돌려받아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정 전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했다. 1·2·3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대표적인 검찰권 남용 사례로 꼽은 그 사건을 인혁당 배상금 사건 조정안 거부의 명분으로 들고 있는 것이다. 이상희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위원회 위원장은 “(인혁당 사건과 같은) 국가 범죄에 대해 정부가 얼마를 배상하든 이를 ‘손해’라고 볼 순 없는 것”이라며 “공권력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건인 만큼 조정에 따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국정원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밝혔던 것처럼 인혁당 피해자를 구제하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청구이의소송의 선고 기일과 경매절차 연기를 신청했으며 법무부 등 유관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실무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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