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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FC 이영민 감독의 축구철학[인터뷰下] - 스포츠한국

[부천=스포츠한국 오근호 기자] 지난달 18일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는 11개팀이 모두 한번씩 상대한 1라운드 로빈을 마쳤다. 그 결과 부천FC1995가 1위로 1라운드 로빈을 마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물론 총 팀당 4번의 맞대결, 4라운드 로빈을 해야하는 K리그2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섣부른 예상은 이르지만 분명 지난해 꼴찌팀 부천의 1위 등극은 올 시즌 가장 놀라운 뉴스였다.

시즌 초반 부천의 돌풍을 이끈 사령탑은 이영민(48) 감독이다. 최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그를 만나 어떻게 꼴찌팀이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팀의 방향성에 대한 메시지를 들어봤다.

'수치심과 무명을 넘어 꼴찌를 1위로' 부천FC 이영민 감독 [인터뷰上]에서 계속

ⓒ부천FC
ⓒ부천FC

▶고참 선수를 영입할 때 우선시 하는 것

부천엔 30대 이상의 선수가 많지 않다. 조수철(32), 김호남(33), 한지호(34), 김호준(38)과 외국인 수비수 닐손주니어(33·브라질)까지 총 5명이다. 이영민 감독은 “부천은 젊은 팀이다. 그렇기에 고참의 역할이 중요하다. 베테랑이 가지고 있는 뭔가가 분명히 있다”라며 팀 고참들의 역할을 주목했다. 

지난해 부천 유니폼을 입은 한지호와 올해 합류한 김호남은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동안 부상 등의 이유로 하락세가 우려됐다. 좋은 자원은 맞지만 영입 시 분명 위험이 있는 선택이었다. 이 감독은 “김호남과 한지호를 영입할 때 이들의 성실함과 성품을 먼저 생각했다”고 영입 기준을 전했다.

“김호남은 부상으로 지난해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러나 광주FC 시절부터 성실함으로 유명했기에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나는 그런 성실한 면이 있는 선수는 팀에서 무언가를 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영입 이유를 밝힌 이 감독이다.

한지호에 대해선 “성실하고 착한 선수다. 분명 부천에 도움이 될 선수라고 생각했다”며 “명성이 더 높더라도 성실하지 않으면 부천과는 어울리지 않다는게 나의 생각"이라며 자신의 평가 기준을 전한 이 감독이다. 

부상에 시달렸던 김호남은 이번 시즌 K리그2 9경기에 나서 1골을 넣었고, 한지호는 리그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해 팀 동료 박창준과 함께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다. 특히 한지호는 지난 2월 안산전에서 2골, 지난달 친정팀 부산전에선 후반 41분 결승골을 기록하는 등 혼자 승점 6점을 만들어 이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닐손 주니어(왼쪽), 한지호. ⓒ프로축구연맹
닐손주니어(왼쪽), 한지호. ⓒ프로축구연맹

이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만든 긍정적인 모습에 집중했다. 11경기에 출전해 부천의 최소 실점(7실점)을 이끌고 있는 닐손주니어를 언급한 이 감독은 “부천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안양 때만큼 대우를 해주지 못했어도 다시 부천을 찾아준 선수"라며 "다른 선수가 실수했을 때 뒤에서 지원을 해주는 등 동료들에게 심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수다. 경기 후엔 통역을 통해 선수들에게 의견을 전달할 때도 있다. 닐손이 중앙을 맡으며 수비들이 양쪽에서 안정감을 찾고 성장하고 있다”며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활약하고 있는 닐손주니어를 칭찬했다.

2005년 FC서울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한 베테랑 골키퍼 김호준은 2021년 부천에 합류했다. 2021시즌 K리그2 4경기 출전에 그친 김호준이지만 이번 시즌 부천에 잔류했다. 이 감독의 요청이었다.

“주전 골키퍼 최철원의 경쟁자를 영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철원이 성장하는데 김호준의 역할이 컸다”며 김호준을 평가한 이 감독은 “팀의 골키퍼 코치가 한 명이기에 동시에 지도할 수 없는데 이때 김호준이 코칭을 받지 않는 선수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주며 훈련을 도와준다. 최철원과 이주현은 조용한 성격이라 말이 많지 않은데 활발한 김호준이 둘을 이끌고 있다. 작년 1년 계약이었지만 재계약을 한 이유”라며 김호준의 역할이 후보 골키퍼에 국한되지 않음을 설명했다.

결국 인품을 먼저 보는 베테랑 선택은 주변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동력이 돼 팀의 호성적에 기여하고 있다는게 이영민 감독의 설명이다.

▶“부천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1라운드 로빈에서 거둔 '1위'의 성적을 혹시 예상했는지 묻는 질문에 단호하게 “못했다”고 답한 이 감독은 이내 지난 16일 경남FC 원정경기를 떠올렸다. 코로나19 및 부상의 문제로 경남은 필드 플레이어 이우혁이 골키퍼 장갑을 껴야했다. 부천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경기는 접전으로 진행됐고, 요르만이 후반 45분 터트린 결승골로 부천은 3-2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경남전 준비는 세부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킥오프 후엔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기분이었다”고 표현한 이 감독은 “하지만 결국 극적으로 골을 만들어 승리했다. 끝내 이기는 모습에서 부천 선수들이 성장했고, 분위기를 타고 있다고 느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고마웠던 경기”라며 선수들을 칭찬한 이 감독이다.

부천이 지난 4월에 거둔 3승 중 2승의 대상은 대전 하나 시티즌과 FC안양으로 지난 시즌 K리그2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강팀들이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군가가 심어줄 수 없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며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짐을 표현했다.

“이번 시즌 부상자가 지난 23일 광주전 이후 처음 나왔다. 선수들이 집중하며 운동을 소화해 시즌 중 부상도 잘 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1라운드 경기를 하며 좋아졌다”며 이 감독은 부천의 좋은 성적의 원인을 ‘집중력’에서 찾았다.

부천은 시즌 7승 중 6승은 결승골을 후반전에 수확하며 경기 막판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이 감독의 말처럼 집중력을 통해 1라운드 좋은 성적을 만든 부천이다.

▶이영민의 축구철학

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소신을 드러냈다. 자신이 지향하는 축구부터 임대 선수 영입을 꺼리는 이유까지 거침없었다.

“볼 터치를 많이 하는 축구를 원한다”고 선호하는 전술을 밝힌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패스를 많이 시킨다. 아마 다른 팀들이 부천을 분석할 때 패스가 많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덧붙였다.

패스를 선호하는 이 감독의 축구에서 핵심 포지션은 역시 중앙 미드필더였다. “다수의 전술을 사용했지만 제일 중요한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 특히 꼭짓점이라 할 수 있는 홀딩 미드필더가 핵심”이라고 전한 이 감독은 “나는 아직 배울 점이 많다. 그렇기에 무엇인가를 정답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패스가 선호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패스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고 싶다”며 자신의 뜻을 드러냈다.

이영민 부천FC 감독. ⓒ프로축구연맹
이영민 부천FC 감독. ⓒ프로축구연맹

이 감독은 역할은 경기 지휘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입 및 선수단 구성과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구단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세밀하게 선수단의 연봉을 신경 쓰고 있다. 지난 겨울 팀의 지원팀장이 상당히 고생을 했다. 또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부천 직원 대부분이 거의 매일 출근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기간 동안 외국인 선수부터 국내 선수들 영입 문제까지 매일 출근하며 고민했다”고 말한 이 감독은 “한 달 동안 배달 음식을 먹고 앉아서 고민하다보니 살이 좀 쪘다”며 농담하기도 했다.

K리그2는 임대 제도가 활성화됐다. 원소속팀은 유망한 선수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임대 구단은 팀의 좋은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부천은 임대 선수가 조현택 한 명뿐이다. “임대 선수가 많으면 절대 안 된다”고 단호히 자신의 의견을 정리한 이 감독이다.

“나도 성적을 내기 위해선 임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선수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5~10명의 임대선수를 통해 성적을 만들어도 시즌이 종료되면 원소속팀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럼 다시 임대 영입을 시도해야 한다. 반복되는 일이다”라며 이 감독은 승격을 바라보고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선 잠깐의 성적을 위해 임대 선수에 의존하는 일은 피해야 하다는 철학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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