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마치고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2020.7.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원순이형 왜 그리 서둘러 가셨나요. 너무 그리울 겁니다."
"순하고 선량했던 당신 웃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소서."
12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적으로 폐쇄된 시청 정문에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꽃다발과 편지들이 놓였다. 조문객들은 '귀를 열겠습니다!'라고 적힌 시청 벽면을 받침판 삼아 손바닥 만한 노란색 포스트잇에 고인을 향한 마음을 꾹꾹 눌러 적어 내려갔다.
안양에서 친구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양모씨(60대·여)는 포스트잇을 붙인 뒤에도 한참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양씨는 "서민적인 시장님이 고생만 하시다가 갑작스럽게, 황망하게 떠나셔서 오게 됐다. 애석하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왕범씨(27·여)도 "좋으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RIP'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시청 담벼락에 붙였다. 검은색 티셔츠에 바지, 모자 차림의 전모씨(29)는 휴대전화로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촬영한 뒤 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마치고 추모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2020.7.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6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박 시장의 입관식이 이날 오후 12시30분 진행된 가운데 전날에 이어 시민분향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8150명이 다녀간 데 이어 이날 오후 1시 기준 1만1486명이 더 찾아 2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박 시장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문객이 몰린 오후 2시30분쯤엔 시청역 4번 출구 앞에서부터 시청과 청사를 빙 둘러 줄을 서야 했는데 관계자는 "여기에서부터 적어도 50분에서 길면 1시간3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안내했다.
박 시장의 '미투(MeToo)' 의혹이 불거졌고, 일각에서는 공무 중 유명을 달리한 것이 아닌 박 시장의 장례를 5일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서울의 한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40대 남성 박모씨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시민운동계에 시민의 힘을 싹 틔운 분"이라며 "시민사회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고인의 뜻과 걸어온 발길마저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1학년 허윤호군(16)은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소 존경할만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분이라 가시는 길에 한번 뵙고 싶었다"며 "고인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나서 논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구름이 하늘을 가린 날씨처럼 시민분향소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났고 "이렇게 가면 어떡하느냐"며 오열하는 시민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2m씩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분향을 기다리던 시민 가운데에도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0.7.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홍명근(34)·조성아(33·여) 부부는 이날 어린 딸과 함께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장 박원순'을 기리기 위해 왔다고 했다.
홍씨는 "(박 시장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는데 여기에 오니까 실감이 난다"며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이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했다. 홍씨가 눈물을 훔치자 품에 안긴 딸은 "아빠 울지마"라며 칭얼댔다.
조씨는 "주변에서도 5일장으로 치르는 것 자체를 두고도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고 죽음으로 모든 걸 다 끝내거나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도 "나 같은 시민도 피부로 느낄만큼 좋은 정책을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만들어온 분이기에 인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다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밝힐 것은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박 시장을 추모하려는 시민과 피해자 모두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시민분향소에서 폭력 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보수 유튜버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시민분향소 안으로 진입하려다가 제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시민처럼 줄을 서서 분향소에 들어간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며 "절차를 어기고 무단으로 침입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0.7.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한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박 시장의 입관식은 고인의 아들인 박주신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13일 오전 7시30분쯤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시청 앞에서 약 1시간 동안 영결식이 진행된다. 닷새간의 장례절차는 이어지는 서울추모공원 하관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flyhighrom@news1.kr
July 12, 2020 at 01:1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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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서둘러 가셨나요"…박원순 시장 분향소에 2만명(종합)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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