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999년(2.7%) 외환위기 때보다 낮은 역대 최저다. 결국 문재인 정부 4년간 연평균 인상률(7.75%)은 박근혜 정부 4년간(7.42%)과 불과 0.33%포인트 차이가 됐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지만, 문 정부가 유독 노동 존중 사회와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결과다.
노(勞) 측은 반발한다. 국가부도 사태로 경제가 마이너스 5.1% 성장했던 외환위기 때보다 낮은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역대 최악”(한국노총), “참담한 결과”(최저임금연대) 등의 격한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A씨처럼 사(社) 측에서도 다양한 불만이 나온다. 인상률은 최저지만 그간 최저임금 금액 자체가 커진 만큼 소폭의 인상도 부담이다.
노 측은 문 대통령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을 들먹이며, 사측은 매년 7~8%의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올렸던 박근혜 대통령 때를 거론하며 불만을 토로한다. 문제를 삼는 포인트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정권 초 최저임금을 많이 올린 이유가 뭔가”라는 푸념을 내뱉는다.
최저임금은 정치 논리나 여론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영업이익률 같은 경제지표와 우리 시장의 수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1만원’이라는 수치를 앞세워 문제에 접근했다. 순서가 거꾸로 되다 보니 결정도 엉망이 됐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휴수당 지속 여부 등 더 중요한 문제들을 놓쳤다.
이참에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은 정부가 위촉하다 보니 정치적 입김이나 여론전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근로자·사용자위원들은 파행을 거듭할 뿐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도 있다.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인상률을 핵심 경제지표와 연동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소상공인,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영세사업장 근로자, 취업 문이 더 좁아지는 청년 등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위원회 구성도 바꿔야 한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August 09, 2020 at 10:41PM
https://ift.tt/3gGq0fW
[손해용의 시시각각] “왜 그리 정권 초에 많이 올렸나” - 중앙일보 - 중앙일보
https://ift.tt/3d3EunK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손해용의 시시각각] “왜 그리 정권 초에 많이 올렸나” - 중앙일보 - 중앙일보"
Post a Comment